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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Writing

내가 생각하는 리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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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 2살배기 애를 겨우겨우 재우고 피곤한 몸을 뉘여서 TV 를 켜고 애니메이션 채널을 돌렸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킹덤(Kindom), 제목은 영어지만, 역사적 배경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이고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할 때 활약한 영웅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느 만화 주인공답게 무예가 나이에 비해 엄청나게 강한 소년이 점점 성장해가면서 나중에 시황제가 되는 같은 나이 또래인 어린 황제의 중국 통일을 돕는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 그림체는 거칠고 진격의거인 만큼이나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노약자가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많이 순화된 거 같아서 관심 있으시면 애니메이션을 보셔도 될 거 같습니다.




 노예 출신인 신()이라고 하는 주인공 소년과 친구인 표()의 꿈은 중국 대륙을 호령하는 천하대장군이 되어서 출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진나라 왕자들의 싸움에 휘말려 친구인 표를 잃고 원인 제공자인 황제 정()에게 복수하려고 했으나, 표가 죽어가면서 정을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후에 정의 목표가 중국 통일(정이 진시황이 됩니다)을 해서 표같이 전쟁으로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진심을 듣고 같이 협력하게 됩니다. 신이 처음 전쟁에 참여할 때는 보병의 기본 구성원인 오장(5인조) 중의 말단 병사로 시작해서 차츰 공적을 세워가며 백인장, 삼백인장, 천인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단순히 주인공이라서 지위가 상승해 가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 항상 맨 앞에 서고 누구보다도 중요한 일을 이뤄내고 해결했기 때문에 나이가 더 많은 병사들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존경하는 우두머리가 됩니다. 만화 주인공이라서 금방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리더가 되어 가는 모습에서 요즈음의 제 상황과 비교하고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최근에 저는 뜻하지 않게 팀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생각치도 못하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과연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거 같아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런 기시감은 이미 겪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에선 짠빱이 되면 병장이 되고 분대장이 되고 내무반장이 되는데, 자기가 원해서 되는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위의 계급으로 진급해서 분대원 혹은 중대원을 통솔하게 됩니다. 저도 막상 병장이 되고 그다지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어쩔 수없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천성적으로 저는 앞에 나서거나 누군가의 위에서 통솔 하는게 성격상 맞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었고, 언젠가는 한 조직의 장이 될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짐을 마음속에 가지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유명 블로거이신 에스티마님의 "쿵푸팬더2 제니퍼 여 넬슨감독의 리더쉽"(http://estima.wordpress.com/2011/05/30/jennifernelson/) 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쿵푸팬더2 의 한국인 감독인 제니퍼 여의 인터뷰 기사와 리더쉽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인터뷰 내용중에 "드림웍스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여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감독의 일반적인 유형(Stereotypes)은 목소리가 큰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단히 목소리가 작은 스타일이고 (Soft-spoken) 회의에 들어가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안들려서 모두 가까이 귀를 기울여야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사람들에게 더 안정감을 주고, 서로 더 잘 협력하게 하고, 그 결과 상당히 유연한(Smooth)한 제작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리더들은 항상 목소리가 크고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여 감독 같은 스타일의 리더도 남성 중심일거라고 생각한 미국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더군요. 조용하고 포용하는 스타일의 리더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에서 그동안 가졌던 고민에 대한 힌트를 얻은 거 같았습니다.

 스포츠 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덕장, 용장, 지장을 가리키는 감독들의 리더쉽 스타일 중에서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저는 전 SK 김성근 감독님을 덕장 리더쉽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님을 흔히들 데이터에 기반으로 한 야구 스타일을 많이 보여줘서 지장 스타일이라고들 많이 얘기하지만, 고양 원더스에서 이류, 삼류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키우면서 프로 구단으로 여러 명의 선수들을 보냈다는 기사(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1775704) 를 보면서 선수들을 능력치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능력이 모자라는 선수들은 직접 키우고 지도하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덕장 스타일이라고 저 나름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조직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리더상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리더란 목표를 위해 앞에서 끌고 당기는 존재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 제시와 구성원이 뒤쳐지면 따라갈 수 있도록 보듬어주고 구성원이 함께 커 갈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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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게시판에 기고했던 글인데, 잠깐 다듬어서 올려본다. 텍스트를 조금더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작성해봐야지 문장의 전개를 논리적으로 할 수 있을텐데, 언제쯤이면 내가 원하는 정도로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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